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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 청각장애인 '엑셀' 선생님 되다!
작성자
세스넷
작성일
2016-11-02 17:45
조회
253

 


청각장애인 실전 엑셀 가르친  ‘직딩’ 선생님


-퇴근 후  두달 간 재능 기부, 박훈서 프로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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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가좌동의 한 농아인복지관 컴퓨터교육실.  엑셀을 모니터에 띄어 놓고 청각장애인 6명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강사의 말에 이어지는 수화 통역과 교실 앞 스크린을 번갈아 쳐다본 다음 알겠다는 듯 머리를 끄덕인다. "자주 쓰는 기능을 리본메뉴로 설정해서 찾기 쉽게 해볼게요. 좀 전에 본 ‘옵션’에 들어가서 사용자 설정 탭을 누릅니다." 설명을 끊고 강사는 수화 통역을 기다리며 수강생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핀다. "영주(가명) 학생, 버튼을 찾았나요?" 일반 학원에서 엑셀 수업을 듣다가 포기했다는 학생이다. 강사는 수화 통역사와 함께 그 옆으로 다가가 좀 전 내용을 다시 일러준다. “잘하셨어요.” 흐뭇한 표정으로 영주 씨에게서 눈을 떼고 곧장 다른 학생들의 모니터를 살펴본다. "모르실 땐 언제든 손을 들어 알려주세요!"


 


두 달 동안 매주 2회씩 열린 이 강의는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이 개설한 엑셀 강좌입니다. 엑셀은 자격증 취득과 사무직 취업에 필수라 농아인들이 배우고 싶은 희망 과목 1순위. 하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농아인에 맞는 강의를 꾸리기란 쉽지 않은데요. 지식의 전달 부터  어렵습니다. ‘피벗‘, ‘매크로’ 같은 엑셀 용어는 수화 단어에 없어 '지화(한글 자모음이나 알파벳, 숫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표시하는 방법)'로 단어를 모두 풀어 옮겨야 합니다.


쉽지 않은 두 달 과정을 끈기와 열정으로 이끈 강사는 바로 박훈서 프로보노(SK브로드밴드)입니다. 전문강사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커리큘럼부터 교재, 강의, 디테일한 운영 방법까지 교육 전체를 책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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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는 농인과 소통, 준비 또 준비 


박훈서 프로보노는 SK브로드밴드에서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17년 차 직장인입니다.  지난 8월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과 첫 인연을 맺었는데요. 세스넷 프로보노허브가 프로보노 활동을 제안했을 때  ‘빠른 오케이’로 담당자를 놀라게(?) 만든 주인공이시기도 합니다.


 


“ 퇴근 후 교육장소까지 오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려요. 너무 멀기도 하고 봉사 기간도 길어 연결기관에서도 저한테 연락하기가 망설여졌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실제 교육 때도 장시간 이동하느라 체력에서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교육 대상이 농아인이고 엑셀에 관심이 높다는 말에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과 병행하는 것도 쉽진 않지만 그만큼 더 도전심이 들더라고요.


 


가장 고민한 건 역시 '소통'이었습니다. 여름 휴가를 강의 교재 준비로 ‘올인’ 할 만큼 각오가 남달랐지만 걱정이 가시진 않았다고 합니다.  “내용 자체보다는 어떻게 전달할지가 훨씬 중요했어요. 단어 하나 문구 하나 고심을 거듭했죠. 내 표정과 행동이 농아인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생각도 많았고요. 담당 복지사님께 열심히 자문을 구했죠.”


 


 소통하려는 그의 마음은 학생들이 먼저 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농인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지만 점점 자신들을 이해하고 농인식 소통에 익숙해지시는 것이 보이더라고 학생들은 말했습니다. 교육이 중반을 지나자 ‘이메일’, ‘과제’ 처럼 간단한 단어는 직접 수화로 전달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수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학생과 강사 사이도 끈끈해졌다고. 교실 밖에서는 모임 앱을 이용했습니다. 일할 때나 과제를 하다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학생들이 질문을 올리면 언제든지 답변을 달아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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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당당하게 실력 보여줄래요"


학생은 직장인, 고등학생, 주부까지 다양했는데요. 목표는 달랐지만 일과를 마치고 수업과 과제를 소화하는 데는 필요한 의지는 같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지는 점차 자신감으로 바뀌어 나갔습니다. 이미 직장에서 엑셀을 쓰는 학생들은 배운 것을 곧장 실무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론으로만 알던 걸 쓸 줄 알게 되자 ‘속이 시원하다’는 한 학생은 “더 좋은 회사에 갈 때 당당하게 엑셀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활용 범위는 월급 관리, 가계부, 여행 경비 계획처럼 학생들의 일상으로 넓어졌습니다. 박훈서 프로보노는 교육 과정과 예제 난이도를 섬세하게 안배하여 초급자와 중급자 모두 지루하지 않게 전 과정을 완주하도록 배려했습니다.


 


이번은 그의 다섯 번째 프로보노 봉사활동입니다. 2013년부터 지금까지 사회적기업과 비영리단체 5곳에 재능을 기부했습니다. “업무 대부분을 엑셀로 처리해요. 잘 활용하면 일과 일상 모두 도움이 되는데 그런 편리함을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죠. 동료 직원 대상으로 진행하는 사내 교육도 그런 동기로 시작했어요.”


 


그렇게 복지기관 또는 사회적기업 실무자에게 엑셀 활용 ‘꿀팁’을 알려주고 회원이나 제품 관리용 엑셀 파일을 개선해주었습니다. 수식을 통해 데이터를 자동으로 도출하고 많은 정보를 찾기 쉽게 정리했습니다. 그의 도움은 웬만한 전용 프로그램 뺨치는 효율과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자폐인에게 있는 미술적 재능을 디자인상품화 하는 사회적기업이 기억에 남아요. 기존의 제품 관리 엑셀 파일을 시스템적으로 접근해서 장기적으로 쓸 수 있도록 손보고 담당자 교육도 같이 했는데 나중에는 알려 드리지 않아도 담당자 스스로 활용법을 터득하시더라고요. 그때 참 뿌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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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노, 새로운 나를 만나는 시간


경험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을 그는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저를 포함해 수화 통역을 도맡은 숨은 공신인 담당 복지사님까지 우리도 학생이자 도전자였다고.” 농아인이라는 우리 사회 일원을 이해하는 계기가 된 것이죠. “친척 중에 시각장애인이 계시는데 비장애인과 비교해서 지식적으로 별 차이가 없으세요. 그런데 청각장애인은 조금 달라요. 그들에 맞는 학습 자료나 교육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덜 갖춰져 있어서 기초 수학이나 영어 같은 부분에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거에요.” 이를 알고 나서 수업 방식과 자료를 중간중간 수정했다는 그는 이 사실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프로보노 활동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교육장 오는 길에 좀 피곤하다가도 강의가 시작되면 어디서 오는지 에너지가 막 솟아요. 그걸 보면 스스로도 신기해요. 목소리가 작은 편인데 학생들과 있으면 목소리도 커진답니다(웃음). 그런 것이 재능 기부, 프로보노의 매력 아닐까요?” 매력을 발견한 그의 나눔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